문화예술 갤러리




김유정 ‘봄봄’ (포스터 제작을 통한 작품의 이해)
- 사서 선생님: 오늘
우리가 토론할 도서는 김유정의 ‘봄봄’입니다. 지난주에 작가에 대해 각자 조사해 오기로 했는데 작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 소현: 저는 작가에
대해 조사하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았어요. 김유정 작가는 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연이어 여윈 뒤 모성 결핍으로 한때 말을 더듬기도 했다는 일이 가장 눈에 띄었어요. 왜냐하면 나중에
작가가 사랑하게 된 당대 명창 박녹주를 열렬히 구애하느라 학교 결석이 잦아 두달 만에 학교에서 제적을 당하기도 했다고 했거든요. 김유정 작가보다 나이도 많은 박녹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은 어머니에 대한 채워지지 않은 모성이 작용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거든요.
- 경신: 저도 네이버
문화원형백과에서 그 남자, 김유정과 박녹주편에서 이런 글을 읽었어요.
박녹주에게 김유정이 정인이 되어 달라고 했는데 이를 거절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자 분해서 다음날 다시 찾아간다. 「
“그래도, 나는 끝까지 당신을 사랑할 것이오. 당신이
이 사랑을 버린다면……내 손에 죽을 줄 아시오!” 그러고는
휙 돌아서버리는 것이 아닌가. 황당하기도 하고 웃음도 나는 녹주는 인력거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마치 고향의 남동생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녹주는 그가 마냥 어린
아이 같이 느껴졌다.」 아마 이때까지 김유정은 사내로서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엄마와 누나에게 보채는 것처럼 사랑을 구걸하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았어요.
- 사서 선생님: 맞습니다. 김유정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창과의 일화를 알고 있을 텐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끝없이 구애한 작가의 순수한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고하던 박녹주 명창도 김유정 작가의 죽음을 전해들은 날은 약속한 창 약속을 모두 취소한 채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리고 늦은 밤 사랑가의 한 대목을 길게 뽑았다고 합니다. 마음 한 구석에 안타까움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인이의
이야기를 듣고 작가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하도록 할게요.
- 예인: 김유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보았는데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보았어요. 그때 박녹주 명창에게 실연을 당하고 고향마을로
내려온 김유정 작가는 길에서 몸을 파는 여성들을 보았다고 해요. 그녀들을 남편이 있는 몸이지만 길에서
술병을 들고 다니며 다른 남자들에게 신호를 보낸다고 하여 ‘들병이’라고
불리었대요. 그녀들의 이야기가 김유정의 다른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데,
아무런 가책도 없이 들병이 생활에 나서는 농민들, 그들은 살기 위해서 아내의 몸을 팔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촌계몽운동을 2년 정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방학 때 토론 한 김동인 작가의 ‘감자’라는 소설이 생각이 났는데요.
감자에서 복녀는 무지와 가난이라는 두 가지 제약 때문에 타락하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었잖아요.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여성들의 신분이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지하다는 것과 가난하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사서 선생님: 모두
알차게 준비를 해왔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해석을 해 보겠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봄봄’에
대한 연상을 자유롭게 해보기 바랍니다. 우선 제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 예인: 저는 봄봄을 ‘봄을 보다’라고 해석해보았어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데릴사위로 머슴살이를 하던 내가 곧 점순이와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곧 맞이하게 될 나의 인생의
봄을 보는 것이죠.
- 소현: 저는 점순이의
입장에서 해석해보았습니다. 늘 아버지의 거짓 약속으로 자신의 상례가 번번이 물거품이 될 때 점순이도
상심이 컸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의 봄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아요. 키는 클 수 있을지, 이번에는 상례를 올릴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의 봄은 오게 될지.
- 경신: 네, 저도 두 의견에 모두 공감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봄‘이 아니라 ’봄봄‘이 두 번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이 두 사람의 봄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구요. 그냥 제 생각이에요. 문득 제목을 불러보는데 통통 튀는 느낌의 귀여운 제목이 새삼 새롭더라고요.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한국의 좋은 시 그리고 문학)
- 사서 선생님: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은 시적인 문체로 봉평에서 대화까지의
달밤 칠십 리를 그려낸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여러분들이 읽으면서 찾은 아름다운 문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해볼까요.
- 경신: 저는 초등학교
때 이 소설을 읽었는데요.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남자분이셨는데 이 소설을 가장 좋아하신다고 우리들에게
가르쳐주셨어요. 그때 이 문장이 이 소설의 가장 중요부 분이라고 닳도록 이야기하셔서 저는 이 소설을
받자마자 이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래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사서 선생님: 아주
중요한 구절을 바로 이야기 해주었군요. 소설가 김동리는 이런 문장들을 염두에 두고 이효석에게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라고 했다고 하는군요.
- 소현: 저는 나귀를
묘사한 부분이 눈길이 갔습니다. “반평생을 같이 지내 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다니는 동안에 이십 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 가스러진 목 뒤 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꼽이 흘렀다. 몽당비처럼 짧게 쓸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기껏 휘저어 보아야 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닳아 없어진 굽을 몇 번이나 도려내고 새 철을 신겼는지
모른다. 굽은 벌써 더 자라나기는 틀렸고 닳아 버린 철 사이로는 피가 빼짓이 흘렀다.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울며
반겨한다.”는 대목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허생원이 이 노쇠한 짐승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지만 독자는 아마 허생원과 이 당나귀를 동일시할 것으로 연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사서 선생님: 맞습니다. 여기서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나귀는 허생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고 자신의 자식 같은 녀석이었을 수 있습니다. 아주 잘 찾았네요.
현진건 ‘운수좋은 날’ (네 마음이 보이니? 상담을 통한
주인공 어루만지기)
- 사서선생님: 오늘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입니다. 작품을 읽고 오늘의 운수 좋은 날의 의미를 자세하게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 소현: 제가 생각한
대로 운수 좋은 날은 정말로 운수가 좋은 날이 아니라서 씁쓸했어요. 인력거 장사도 잘되어서 평소에 먹지
못하던 설렁탕도 먹을 수 있는 날이었는데 아내가 죽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반전되는 제목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 예인: 네, 맞아요. 반전이었어요. 저는
여기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대목이 있었어요. 주인공이 인력거 장사를 마치고 일찍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부인이 죽은 건 아닌지 걱정을 하면서도 친구 치삼이를 만난 김첨지가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아내의 죽음에
대해 횡성 수설 하는 부분은 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어요.
- 소현: 제가 생각할
때는 이 부분은 아마 두려움을 피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아닐까요? 우리도 왜 시험을 망친 날 집에 일찍
들어가면 부모님께 혼날 것이 뻔하니까 괜히 다른 곳에서 실컷 놀면서 잠시나마 그 두려움을 잊어버리려고 하잖아요.
그럴 때와 같은 심리가 작용했을 것 같아요.
- 경신: 저는 그 부분을
읽을 때 횡설수설 말을 하면서 현실을 잊고 싶어한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아직 죽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았고
확인하러 가지도 않았는데 말을 하면서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소원을 중얼거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간절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었어요.
- 예인: 거기서 왜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의 죽음과 돈의 관계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것 같아요. 돈이 있었으면 아내가
죽지 않아도 되는 상황 같은 것 말이죠.
- 사서 선생님: 맞습니다.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위기 부분에서
다루어진 행위를 아주 중요하게 찾은 것 같습니다.
- 경신: 저는 남편이
죽어가고 있는 부분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욕을 잊을 수 없어요.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년!” 왜 죽은 아내가 불쌍할 텐데 이렇게
욕을 하면서 흔들어 깨웠을까 생각을 해보았어요. 그동안 해준 것도 없는 남편이 평소에도 이렇게 아내에게
욕을 해댔을 거예요. 그건 아마 아내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열악하고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욕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사서 선생님: 맞습니다. 배우자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다가 죽는다면 남편도 마음의 상처가 생길 것이고 그런 아버지와 사는 아이도 마음을 보듬어 줄 필요가 있겠지요. 오늘의 활동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심리상담 활동입니다. 여러분이 상담사가 되어 김첨지 혹은 김첨지에게 남겨진 개똥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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