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갤러리
▶ 류한호(사회자): 우리가 전혀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있는 다섯 권의 책을 선정하고 이렇게 함께 모여서 토론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완벽하지 않아. 그러한 부정적인 사회 현실에 대해 풍자하는 소설들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상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또 그것을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찾아보기 위해서지. 자 우리 자유롭게 자신이 맡은 소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 정희도: 내가 선택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의 이야기는 사회주의·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세상을 꾸려가는 모습과 그 타락에 대한 풍자로도 볼 수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가장 큰 걱정과 의문은 ‘세상에는 현명한 사람들보다 현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데 우리가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어. 난 그에 대한 답으로 알렉시스 토크빌의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이야기를 가져오고 싶어. 그리고 그러한 현명한 국민들을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지. 교육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투자, 관심만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기반이라고 생각해.
▶ 박성욱: 내가 읽은 『허삼관매혈기』는 조금 다른 관점이야. 허삼관이라는 인물은 바보 같고 쫌생이 같은 면을 가진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인물이기도 해. 그러한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서 1960년대 이후 중국 인민들의 이야기를, 아니 인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내가 이 책에서 읽어낸 내용은 이거야.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아. 그렇기에 허삼관의 가족처럼 피로써 혹은 따뜻한 정으로써 얽혀서 서로 도와가며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거야.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거고.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는 진정한 인간미, 그것이 바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거지.
▶ 박일훈: ‘돈키호테’는 멋진 인물이야. 그냥 처음엔 미친놈인 줄 알았어. 노새를 타고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늙은 미치광이. 하지만 이 책은 그 반대로 읽히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지. 그리고 느꼈어. 아, 내가 배운 점은 어떤 시련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그 투철한 낭만적 도전정신이었어.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이랄까. 그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작가 세르반테스에게도 경의를 표하고 싶어. 이 힘들고 부정적인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돈키호테의 낭만주의적 정신이고 세르반테스의 풍자와 해학적 표현능력이 아닌가 싶어.
▶ 장우석: 내가 처음 이 책을 선택하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하하하. 얼마나 어려운지. 너희들도 꼭 읽어보도록 해. 처음엔 주제가 보이지도 않았어. 하지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읽다가 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군. 내가 읽어낸 부분은 아주 일부분일지도 몰라. 내가 읽은 『카스테라』는 단편 소설집인데, 그 중에서도 〈카스테라〉는 냉장고에 대한 이야기야. ‘나’는 냉장고 속에 모든 것을 넣어버렸어. 소중한 것과 해악이 될 만한 것. 결국 냉장고 속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지. 미국도 넣고 중국도 넣어버렸어. 놀랄만한 일은 그 다음날 벌어졌어.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린 냉장고 속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 하나가 놓여 있었어. 결국 작가가 바라는 세상의 모습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 같은 세상인 것이고 그러한 세상과의 화해를 마지막 구절을 통해 나타냈던 것 같아.
그것은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맛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를 씹으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이 냉장고 같은 부조리한 세상을 작가 박민규는
상상력과 환상을 통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 표현해냈고, 그렇게 버무려진
‘카스테라’같은 세상을 한 입 베어 무는 모습을 통해 그러한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아. 참 매력적인 책이지?
▶ 류한호(사회자): 내가 읽은 <걸리버여행기>에 나타난 세상의 모습 또한 부정적이야. 소인국, 거인국, 하늘을 나는 섬, 말들의 나라에 풍자되어 나타난 당대 사회의 모습은 부조리하고 추악한 모습이 대부분이야. 너희들이 책 속에서 좋은 세상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다른 책에서 그 답을 찾아봤어. 바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야. <어린왕자>에 나타난 현실도 부정적이야. 하지만 작가는 그 주인공 어린왕자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지. 바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 그것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우리의 세상도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거야. 내가 찾은 답은 바로 그거야.
우리가 찾아낸 것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현명한 국민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교육’과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따뜻한 정’, ‘낭만주의 정신과 자유의지’, ‘상상력과 환상’, ‘어린아이 같은 마음.’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풍자와 해학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 확실한 것은 그것들은 문학 속에 숨겨져 있다는 거야. 앞으로도 우리 이렇게 주제별로 책을 선정해서 읽고 토론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해보도록 하자. 그렇게 하다보면 이 뛰어난 작가들처럼 우리 나름대로의 답을 찾을 수 있겠지. 친구들, 그동안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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